미고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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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사축

2023326일 주일

미고사축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저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선교원’을 다녔습니다. 선교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래도 배우고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소풍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모든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침마다 선교원에 데려다 주셨던 어머니와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뒤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울었던지 하루는 원장 장로님께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한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저도 이제는 울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읽은 책 가운데, 제목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입니다. 인사하는 법,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스스로 치우는 것,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 함께 나누어 쓰는 법 등 많은 것을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웠습니다.

책의 저자는 유치원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삶의 지혜는 대학 강당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 모래성 속에 있다.”

유치원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우리는 인사를 배웁니다. 바른 자세로 서로를 향해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때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지 않았습니다. 미안한 일에는 미안하다고, 고마운 일에는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먼저 인사하는 것도 눈치를 보고, 미안하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오히려 다 큰 어른이 된 지금, 고마운 마음이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더 서툰것 같습니다.

복음송 가운데 “미고사축”이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가사 가운데 이런 고백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네 가지,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축복해요.’ 오늘은 주일입니다. 지난 한주도 우리를 먹이시고 입히시고 채워주셨던 하나님께 마음껏 감사하는 주일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의 몸 된 교회에 함께 지체된 분들에게 이렇게 말해 봅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담임목사 이신효 드림